여름과 사케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지금, 여름은 사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소 기피되는 계절입니다. 왜냐하면 여름의 더운 날씨는 사케의 품질이 변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날이 따뜻해지는 5월부터,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에서 9월 끝무렵까지…
여름과 사케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지금, 여름은 사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소 기피되는 계절입니다. 왜냐하면 여름의 더운 날씨는 사케의 품질이 변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날이 따뜻해지는 5월부터,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에서 9월 끝무렵까지 사케 구매를 꺼리곤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사케를 해외 직구하거나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라면, 일본의 한여름 날씨를 생각했을 때 다소 리스크가 큰 행동이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사케를 좋아하는 한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 현지에서도 덥고 습하고 햇빛이 강해지는 여름은 사케를 즐기기에 다소 어려운 계절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역사속으로.. 사실 과거에도 여름은 사케를 양조하는 입장과 소비하는 입장 모두에게 그리 좋은 계절은 아니었습니다. 냉장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여름이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과거에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사케 양조는 날씨가 시원하고 온도 변화가 적은 겨울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를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간즈쿠리 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겨울에 빚어진 술은 여름 동안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안전하게 보관했다가, 가을부터 출하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때 가을에 처음 출하되는 술을 히야오로시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겨울에만 술을 빚은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사계절 술을 빚으려는 시도는 늘 있었습니다. 에도 전기의 술 제조서인 『도모쇼주키(童蒙酒造記)』에는 보다이쇼지코미(菩提性仕込み) 라는 방식이 음력 7~8월의 더운 늦더위에도 비교적 위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9~10월까지도 가능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더운 여름날 시원한 술을 즐기고자 하는 애주가들은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여름에는 데우지 않은 술을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운 술을 즐기는 문화 또한 있었습니다. 물론 현대처럼 정말 차갑게 사케를 마시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서기』에는 “더운 달에는 빙실의 얼음을 꺼내 물을 탄 술에 넣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정창원문서』에도 “6월과 7월에는 궁중에서 감미로운 술인 예주를 빚어, 야마시로국과 야마토국의 빙실에서 가져온 얼음을 사용해 천황에게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더운 여름에 얼음을 사용한다는 것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류층이 아니면 누리기 어려운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서민들은 차가운 계곡물이나 시원한 그늘에 술병째 술을 식히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여름철에도 술을 만들고 소비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더운 계절에 술을 보관하고 소비하는 데에는 변질의 위험이 컸습니다. 여름 양조의 경우, 일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667년 막부가 가을 피안 무렵부터의 신주 양조를 금지했고, 이후 여러 차례 신주 양조 금지가 반복되면서 점차 겨울 양조, 즉 간즈쿠리로 집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양조주의 품질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쌀값과 쌀 사용량을 통제하고, 겨울 농한기와 어한기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지 제도의 성립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양조장들은 대부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양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름에만 내는 특별한 한정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츠자케 의 경우, DISCOVER JAPAN에 따르면 2005년 도쿄 나카노의 주류 판매점 아지노마치다야 가 제안한 ‘여름 술’ 기획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일본주는 여름철 매출이 떨어지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름에 특화한 일본주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2006년에는 전국 17개 양조장이 참여해 여름 전용 일본주를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나츠자케는 저도수와 산미가 도드라지고, 뒷맛이 깔끔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 여기에 푸른색 이미지와 라벨을 내세워, 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점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름에 술을 즐기는 방식 현대에 들어 냉장 기술과 유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름에도 술의 수요는 안정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대적인 양조 기법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관습과 전통을 살려, 여름 동안 술을 숙성해 풍미를 극대화한 뒤 가을에 내는 히야오로시 제품 또한 여전히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술을 즐기는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1. 전통 칵테일 장아찌 같은걸 곁들이기도... 일본에는 에도 시대부터 존재하던 야나기카게(柳陰) 와 혼나오시(本直し) 라는 독특한 칵테일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미림과 소주를 반반씩 섞어 차갑게 마시는 독특한 술입니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알코올이 함유된 혼미림 과 소주를 블렌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 온더록 술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물론 얼음이 술 속에서 녹으면서 술이 희석되고, 고유의 맛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원하게 마시기에는 이만한 방식도 없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가수 조정, 즉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겐슈(原酒, 원주) 제품이 온더록과의 조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3. 여름 한정 제품 찾아 마시기 다양한 나츠자케들 많은 양조장들이 위에서 설명했듯, 여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사케를 출시합니다. 특히 현대적인 사케 양조장들은 풍부한 과실 향, 트로피컬한 뉘앙스 등 기존의 사케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자아내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4. 병째 냉장고로 직행하기 사실 집에 있는 냉장고에 한두 시간 넣어두었다가 꺼내 마시는 것만큼 간단하고 효과 좋은 방식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 차가우면 술의 향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며 변화하는 향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참고자료 월계관(月桂冠) 「日本酒の保管方法」 일본 국세청 「日本酒の歴史」 중 『童蒙酒造記』 관련 부분 일본주조조합중앙회 「四季折々の楽しみ方」 . 아지노모토 식문화센터 「柳陰(やなぎかげ)」 . Discover Japan 「“夏酒”ってどんな日本酒?」 .